강원 동해 · 2013년 12월 21일Donghae, Gangwon · 21 December 2013

흰 파도가 남은 겨울 바다
Winter in white surf

2013년 12월 21일, 망상의 해 질 무렵. 낮은 구름 아래 유난히 흰 파도, 그리고 강릉 초당동의 두부 저녁. 우리 겨울의 짙은 빛과 따뜻한 끝.

21 December 2013, dusk at Mangsang. White surf beneath low cloud, then a tofu supper in Chodang-dong, Gangneung. Dark winter light, and a warm ending for us.

흐린 저녁 하늘 아래 넓은 모래사장, 왼쪽에 지붕 없는 철골 구조물, 멀리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가로등 두 개, 앞쪽 하늘색 바닥 끝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고개를 숙인 채 선 사람 하나
오후 5시
맑은 하늘 아래 산 사이로 이어지는 고속도로, 앞서가는 은색 승용차들, 오른쪽에 파란 ‘진부 Jinbu’ 표지판과 도로 위 전광판, 응달에 남은 눈
오후 3시 9분, 평창 진부 근처.3:09 p.m., near Jinbu, Pyeongchang.
영동고속도로 · 오후 3시 9분Yeongdong Expressway · 3:09 p.m.

고개를 넘는 길Over the mountains

평창 진부 근처를 지날 때 하늘은 아직 새파랬다. 응달에는 눈이 남아 있었고, 표지판 위로 ‘진부’라는 글자가 지나갔다. 바다에 닿은 건 그로부터 두 시간쯤 뒤였다.

Passing near Jinbu in Pyeongchang, the sky was still a hard blue. Snow lingered in the shade, and the word ‘Jinbu’ slid past on a sign overhead. We reached the sea about two hours later.

짙은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 아래 겹겹이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, 젖은 모래사장
5시 2분, 바다.5:02 p.m., the sea.
거친 파도와 바닷가 안내판을 등지고 모래사장에 선 여자, 짙은 갈색 패딩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카메라를 보는 모습
5시5:00 p.m.
하얀 파도가 밀려오는 물가를 배경으로 모자를 벗고 긴 머리를 바람에 날리며 고개를 살짝 기울여 웃는 여자
5시 2분5:02 p.m.
동해 망상 바닷가 · 오후 4시 59분 — 5시 3분The beach at Mangsang, Donghae · 4:59 — 5:03 p.m.

흐린 날의 파도Waves on a grey day

해가 지기 직전이었지만 구름이 낮게 덮여 해는 보이지 않았다. 대신 파도가 컸다. 겹겹이 밀려와 물가 가득 하얗게 부서졌다.

해 질 무렵의 망상. 낮은 구름 아래 파도의 흰빛이 유난히 선명했다. 우리 곁의 겨울은 어둡기만 한 색은 아니었다.

It was just before sunset, but low cloud covered the sky and the sun never showed. The waves made up for it: they came in rank after rank and broke white all along the shore.

Mangsang at dusk. Beneath low cloud, the surf was startlingly white. Winter beside us was not only a dark colour.

5시 3분5:03 p.m.
무릎 아래까지 오는 짙은 갈색 패딩을 입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모래사장에 서서 카메라를 보며 살짝 웃는 여자, 뒤로 흰 파도
5시 3분5:03 p.m.
오후 5시 4분 — 5시 5분5:04 — 5:05 p.m.

겨울의 망상Mangsang in winter

17:05:05
모래사장에 서서 두 손으로 카메라를 들어 하얀 파도를 찍고 있는 검은 코트의 남자, 뒷모습에 가까운 옆모습, 구름 낀 하늘
17:05:34
모래사장에서 휴대폰을 든 팔을 앞으로 뻗어 무언가를 찍는 긴 머리의 여자, 옆모습, 뒤로 멀리 산 능선과 물가를 걷는 작은 사람들
파도와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볼을 맞대고 찍은 셀카, 왼쪽은 털 깃이 달린 검은 점퍼의 짧은 머리 남자, 오른쪽은 남자 어깨 뒤로 얼굴을 기댄 긴 머리의 여자
5시 4분5:04 p.m.
긴 모래사장 저쪽을 바라보며 살짝 웃는 여자의 옆모습, 바람에 날리는 머리, 멀리 흐릿한 산 능선과 물가의 작은 사람
5시 5분5:05 p.m.
5시 5분 — 5시 7분5:05 — 5:07 p.m.

바라보는 쪽, 돌아보는 쪽Looking away, looking back

모래사장은 왼쪽으로 길게 휘어져 산 능선 아래까지 이어졌다.

The beach curved away to the left as far as the foot of the ridges.

흐릿한 흰 파도를 배경으로 화면 오른쪽 끝에 서서 어깨 너머로 카메라를 돌아보는 짧은 머리의 남자, 털 깃이 달린 검은 점퍼
5시 7분5:07 p.m.
어둑해진 구름 아래 넓은 모래사장, 하얀 파도가 밀려오는 물가 가까이에 혼자 서 있는 검은 옷의 작은 사람
5시 8분5:08 p.m.

구름은 더 어두워졌고, 파도는 그대로 하얬다.

The cloud had grown darker; the waves were as white as ever.

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난 나무 식탁 위, 흰 접시에 담긴 큼직한 두부와 김치, 뚝배기에 끓는 붉은 순두부찌개, 둘레의 반찬 그릇들과 빈 앞접시
오후 6시 21분, 강릉 초당동.6:21 p.m., Chodang-dong, Gangneung.
강릉 초당동 · 오후 6시 16분 — 6시 21분Chodang-dong, Gangneung · 6:16 — 6:21 p.m.

초당에서 두부 한 상A tofu supper in Chodang

바다를 떠나 북쪽으로 한 시간쯤 올라가, 강릉 초당동에서 저녁을 먹었다. 나무 식탁에 큼직하게 썬 두부와 김치, 뚝배기 순두부찌개가 놓였다.

Leaving the sea, we drove north for about an hour and ate in Chodang-dong, Gangneung. On a wooden table: thick slices of tofu with kimchi, and soft-tofu stew in a stone pot.

18:21


저녁 식탁에는 하얀 두부가 놓였다.

이 편에 나오는 곳Places in this story

바닷가는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, 망상해수욕장 일대다. 같은 해 1월 눈 오는 날의 동해 바다는 이 이야기에 있다.

this story.

2013년 12월 21일 · 영동고속도로 진부 근처 → 동해 망상 바닷가 → 강릉 초당동 저녁21 December 2013 · Yeongdong Expressway near Jinbu → the beach at Mangsang, Donghae → supper in Chodang-dong, Gangneung

이야기를 남겨 주세요

NO STANDING에서 더 알아보기

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.

계속 읽기